조금 지난 일이지만 갑자스레 머릿속을 스쳐지나가서 또 주절거려본다.
그 때는 같이 일하던 언니가 교통사고에 휘말렸을 때였다. 급하게 출근을 하느라 택시를 탔고, 택시 기사는 멈추지 않고 직진해 앞차를 세게 박아버렸다. 뒷자석에 있던 언니는 그 순간이 참 길었다고 했다. 멈춰야하는데 멈추지않고 쿵 하고 온몸이 부딪혔을 때가 무섭다고. 다행히도 큰 피해는 없었지만 너무 정신이 없었던 언니는 온몸이 아픈데도 다른 택시를 붙잡고 회사로 향했다. 겪어본 적도 없고, 당장 출근에 더 목에 맨 입사 몇달차는 그 생각밖에 들지않았다고 한다.
그 당시 언니는 결국 본인 자리에서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괜찮다고 말하는 수 밖에 없었고, 같은 사무실에 있던 모든 직원들이 언니를 걱정했다. 누군가는 화를 냈고, 누군가는 무엇을 했냐고 물었고, 누군가는 많이 다쳤느냐 물었다. 사실 그 소란스러운 와중에 나는 조금 짜증이 났다. 너무 놀라서 울고있는 사람한테 이 수선스러움은 스트레스지 않을까? 나였다면 오만 짜증이 났을 거 같았다. 나는 조용히 담요를 들고 오고 물을 가져오고 걱정스레 울면서 말하고 있는 언니에게 아냐 잘했어, 나였으면 그냥 거기서 멘붕와서 울었어. 이런 실없는 소리나 하며 언니를 웃겨보려고 했다. 그러다 계속 뭐는 했냐, 번호판은 봤냐, 전화해야하는거 아니냐, 당장 병원에 가지 왜 회사를 왔냐며 걱정인건 알지만 쉴새없는 주변소리에 순간 욱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일단 사람이 진정해야지 그게 중요하냐고 살짝 소리를 높였고 아차 싶었다. 그 분은 다행히도 장난스럽게 나한테 화내면 억울하다며 호소했고 나는 사과를 했다.
그 후 언니가 모든 일이 해결되고 한참뒤에야 그 때 이야기를 해줬었다. 그때 자기 대신 화내주고 어디에 뭐 해보라며 해주던 직원분들이 있어서 좀 감동이었다고. 나랑은 영 딴판인 감상이었다.
나는 무언가 사고가 일어나면 조금 정신이 없어지는 경향이 있다. 머리를 굴린다 생각하지만 사실 잘 돌아가지않고 스트레스만 엄청 받으며 누군가 간섭하는 걸 좋아하지않는다. 나라고 화가 안나는게 아니고 뭘 해야하지않았나 후회하지않는게 아닌데 왜 나한테 계속.
뭐든 못한다는 식의 장난도 싫어한다. 여태 내색을 별로 한 적은 없지만 정말 싫어한다. 일 못하는 사람으로 취급받는 것도 싫어해 어떻게든 혼자 해결해보려 아등바등한다. 눈치를 많이보고 조용히 있으려한다. 영화를 보고 우는것에 창피함을 느끼진 않지만 나 혼자 속상해하며 울음을 보이는건 창피함을 넘어 수치스럽다 생각한다. 나만 유난스러운 사람이 되고싶지 않다.
내가 좀 더 메마른 사람이 되야 가능할까, 가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