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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누군가한테 쫓기다 붙잡히는 꿈을 종종 꾸고는 하는데, 그 때 느끼는 열패감이 장난아니게 찾아온다. 사람을 때려본 적이 없으니 타격감같은게 도저히 상상이 안되서 그런지 꿈에서 내가 주먹을 마구 갈겨도 물에 젖은 솜마냥 축축 처지고 날 붙잡는 인간한테는 타격감이 하나도 안들어간다. 정말 미친듯이 주먹을 내질러도 단 한대도 소용이 없는거다. 이런 상황이 너무 싫었다. 꿈이라고 넘기기에 나는 꿈을 너무 생생하게 꾸고, 내 안에서는 언제가 현실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져도 내 주먹은 한 대도 소용없을 지 모른다는 믿음이 생겨 불안했다.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다. 이왕이면 누굴 때려 볼 수 있는 운동을 하자! 하다가 운동뚱에서 민경장군이 킥복싱하는 편을 보고 마구 뒤졌다. 원래 올 여름은 치아 교정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복싱을 배우다 언젠가는 한번 스파링을 하지 않을까 싶어 교정도 올 겨울로 미뤘다. 킥복싱장은 집 근처에 없었지만 복싱장은 있었다. 제일 가까운 대신 시설은 조금 오래됐다. 뛸 때마다 삐걱거리는 런닝머신이 있고, 에어컨이 아마 없음직한 마룻바닥에 침침한 복싱장이지만 뭔가 영화 속에서 보던 정말 관록있는 복싱장같다고 생각하면 괜찮다. 그리고 그 영화들은 복싱을 너무 쉽게 보여줬음을 깨달았다. 한시간동안 줄넘기 시키는게 사람이 사람한테 시킬 짓입니까? 다 낡아빠진 직딩의 몸뚱아리는 6분 줄넘기에 갈려나갔다. 그것도 계속 줄에 걸려서 다시, 다시, 다시 계속 다시. 우리 복싱장은 글러브끼기전에 목장갑을 낀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다. 보통은 무슨 뭐를 둘둘 감던데 아 웃겨. 본새안나요 관장님 ㅠㅠ 그래도 관장님이 기초는 죽이게 잡아줘서 저번 주랑 이번 주는 칭찬도 자주 들었다. 그치만 맨날 힘들어 죽을 거 같아서 이 악물고 억지로 단련하는 중이다.....내가 고등학생 때 꼰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유일하게 얻은 악다구니와 깡으로.... 정말 이거라도 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 여튼 스텝 밟는게 제일 힘들어서 가끔은 차라리 킥복싱을 해야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재밌다. 샌드백도 때리고 스텝을 밟으면서 미트도 쳐보니까 타격감이 어떤건지 얼추 알 것 같기도 하고. 그 덕에 최근에 쫓겨서 붙잡히는 꿈 속에선 제대로 한 방 먹일 수 있었다. 속이 다 시원하더라. 아 그런데 문제는 저번 주에 샌드백 치다가 양 손 검지 관절이 싹 까졌는데 아직까지 나을 생각은 안하고 따갑기만 하다.... 요새 일하면서 손이 자주 건조해지는 상황이다보니 그 쪽 부분만 시퍼렇고 빨갛고 거무티티해서 오늘 염증약도 사오고...후시딘도 열심히 바르고 있다. 빨리 나아주라....운동할 때는 계속 주먹 쥔 상태고 힘들어서 아픈 걸 못 느끼는데 일상생활에서 따끔따끔한게 너무 거슬리고 아프다. 아 같이 일하던 언니한테 사과 편지도 써야한다. 이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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