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집에서 이 영상 보다가 문득 내 방을 둘러보니 나도 정말 숨막혔었다는 생각이 들더라. 숨이 도저히 안막힐 수 가 없지. 나도 지금같이 내 방을 만들기전까지 내가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쓰던 책상, 혈육이 내가 기억이 나기도 전부터 쓰던 파란색 나무책상과 책장, 다 뜯기거나 휘청거리는 의자. 다 헌 나무 문, 벽지, 급한대로 벽에 건 옷 그런걸 생각하면 진짜 미칠거 같았음.....매일 같이 잠을 자고 지내는 내 방, 내 공간이 그러면 애착도 뭣도 없음 진짜...난 내 물건 하나도 안내놓고 박스 두개에 물건을 전부 꾸역꾸역 집어넣었고, 예전에 포스터 다 뜯기고 찢어지면서 울었던 경험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그 어떤 포스터도 벽에 붙일 생각을 못했음. 그냥 진짜 여유도 없고, 그 방에 애착도 없었음. 예쁜 소품같은거에도 관심 하나 없었고....
근데 진짜 참다참다 도저히 안되겠고 마침 기회가 되서 큰맘 먹고 방에 있던 가구를 모조리 폐기처분하고, 깨끗한 책상 책장과 옷장을 사서 들이고 물건을 정리했음. 고등학교때부터 나는 정말 매일같이 누워서 꼭 내가 원하는 가구를 들여서 내가 좋아하는 물건으로만 채우겠다는 상상을 했는데 그걸 23살이 되고서야 이루고 나니까 눈물이 나는거야. 새 가구냄새가 지독한데도 너무 행복해서 머리맡에서 닿이는 책장을 쓰다듬다가 자고는 했음. 너무 좋더라. 온전하고 깨끗하고 통일성있는 분위기가 너무 안정되는거임...그래서 이 집에서 거진 7년을 살면서 한번도 달 생각 안한 블라인드 커튼을 달고, 공기청정기를 들이고, 철제서랍을 책상 밑에 집어넣고, 머리 맡에 내가 좋아하는 포스터들을 잔뜩 붙였음. 내친김에 삐걱거리는 의자를 내다 버리고 시디즈에서 의자를 하나 사고, 멀쩡하고 튼튼했지만 작았던 모니터는 자취하던 친구에게 주고 나는 27인치짜리 새 모니터를 사고, 본체 케이스부터 부품까지 모두 새로 장만하고,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타이핑을 위해 무접점 키보드도 10만원짜리를 샀음. 깔끔한 휴지통을 장만하고, 내 물건중 예쁜 소품들은 진열하고, 내가 좋아하는 책들로만 책장을 채웠음. 가족 사진을 몇개 추려서 작은 앨범을 만들어 잘 꺼내볼 수 있는 곳에도 두고, 친구한테 선물받은 블루투스 스피커도 책상 위에 얹어뒀음, 정말 내가 그전까지는 이런거에 관심만 있었지 살 생각도 없었던 그런 모든거에 정말 손 뻗고 있던거야. 마음에 드는 향을 방안에 집어넣고 거기 가만히 누워서, 부드러운 잠옷을 입고 꽃무늬 이불이 아니라 차분한 색상을 가진 이불에 누워서.
사실 누군가는 이 모든거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음. 그게 뭐가 중요하냐고, 근데 나는 정말 중요했음 그 주변의 풍경에 내 마음자체가 넓어지기도 했고, 이거 보다 더 나은 상황을 꿈꿀 수 있었으니까. 거리낌없이 친구를 데려올 수 있고, 영상통화를 하면서 내 방을 자연스럽게 모두 보여줘도 괜찮으니까. 그거 하나하나들이 나한테 너무 중요한 일이었음, 매일같이 이 숨막히는 공간에서 빠져나와있는게 아니라. 햇빛이 들어오면 기분이 좋고, 집에 돌아왔을 때 내 방에서 내가 원한 향만 난다는게.
그래서 오늘의 집에서 이런 영상 나올때마다 조금 울컥하곤 함...내 옛날방이 생각나서....다들 마음에 드는 곳에서 훨씬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음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