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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치과에 다녀왔다. 왼쪽 사랑니때문에 잇몸이 퉁퉁 부어서 이대로는 못살겠다 싶어 정말 울먹이며 예약했다. 나는 내 건강 챙기기를 정말 좋아하는데 치과만큼은 지독하게 무서웠다. 높은 곳도, 귀신도, 밤도 무섭지않은데 치과와 벌레는 지독하게 무섭다. 그래서 치과를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 성인이 되서는 첫 치과 방문이 됐다. 한마디로 업보였다. 미리미리 검진을 다니지않고, 양치를 게을리 한 나의 업보. 조금 웃긴 얘기를 하자면 너무 긴장한나머지 오른쪽 왼쪽 구분을 못하고 왼쪽 턱을 부여잡고 연신 오른쪽 사랑니가 문제라 말했다. 치위생사쌤이 거긴 왼쪽인데....? 라는 말에 부끄러워 집에 가고싶었다.

 

검진결과는 처참했다. 당장 사랑니보다 신경 가까이까지 퍼진 충치를 치료해야했고, 밑에 사랑니 두개는 매복에 살짝 드러난 곳이 충치가 생겨 어금니를 공격하고 있었다. 윗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금니들이 사랑니에게 공격당하고있었다. 다행히도 가장 심하던 충치는 신경치료를 하지않아도 됐고, 어제는 이 3개를 갈아내버렸다.  인레이 치료가 비싸긴 하더라. 개당 27만원..... 엑스레이촬영까지 약 90만원이 날아갔다. 아직 사랑니도 못뽑았는데.... 업보가 있어서 100만원 정도는 감안하고 가긴했지만....조금 슬프다. 그래도 사랑니는 뽑고 100만원인줄 알았는데. 충치에만 그만치 써버렸다. 워낙 심한 부정교합이라 충치가 더 잘생기는걸까? 근데 그렇다기엔 내가 양치를 게을리하긴 한다. 사람은 인간존엄성을 지키며 살기가 왜이렇게 힘들까. 사람같이 살려는 유지비가 너무 크다. 인간은 설계가 잘못됐다. 

 

그리고 방년 24살에 치과에서 그 업보가 너무 무서워 의사선생님이 말을 걸자마자 눈가가 글썽글썽해졌다가 한 참 뒤에 치위생사선생님한테 전화를 받았다..... 아까 울어서 걱정했다고...... 너무 수치스럽다.

 

그.... 제가...운건 아니고.....글썽이긴 했는데.....그게...어......정말 남들이 봤으면 얼굴이 씨뻘겋게 변해있었겠지. 혼자 방에서 받아서 다행이다.....그리고 마취가 풀릴즈음에 전화주신거라 주의사항도 몇개 들었다. 너무 차가운 음식과 너무 뜨거운 음식 피하기. 난 고양이혀가 아니라 입천장이 까져도 용암을 입에 집어넣는 사람인데....걱정이 크다. 감바스 먹고 삼일동안 입천장이 홀랑 뒤집어진 사람인데....... 다음주도 가야한다. 조심하자. 스케일링도 받아야지.... 

 

근데 마취가 정말 잘든건지 너무 꼼꼼하게 해주신건지 집에가서 왼쪽 코까지 감각이없어져서 숨쉬기 불편하더라. 한쪽으로만 숨을 쉬는 비염인이 이런 기분이구나. 마취 풀리고는 즥이는 두통과 통증이 함께했지만.....이럴거면 자기전까지 마취가 안풀리면 좋았을 것을.....

 

90만원은 음....헬스 피티 한달 받으면 100만원이고.... 머리카락 탈색하고 염색하고 관리받으면 50까지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다시 나지도 않을 이빨은 그래...그러려니 한다. 이럴 때 울지않으려고 돈을 모아둔 나는 어른이니까...... 화이팅

 

 

한국의 화이팅을 Figthing.....싸워서 이겨라.

그게 한국인이다.....싸워서 이겨라...

 

인생아...덤벼라!

어, 어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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